산지오베제 (Sangiovese)
산지오베제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포도 품종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사랑받는 품종입니다. 토스카나 (Tuscany)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중부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며, 다양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산지오베제 (Sangiovese)는 이탈리아어 Sangue di Giove에서 유례되었으며 Sangue는 "피(Blood)"를 의미하며 "Grove"는 로마 신화에서 제우스 (Jupiter)를 가르킵니다. 따라서 영어로는 "제우스의 피" (Jupiter's Boold)를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고대 로마와 그리스 신화에서 포도주와 포도는 신들과 깊은 연관을 지어 왔습니다. 포도주는 디오니소스 (Dionysus) 혹은 바쿠스 (Bacchus)의 상징으로, 이 신들은 풍요와 축제, 술의 신으로 숭배되었습니다. 제우스 (Jupiter)는 신들의 왕으로서 이 신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며 제우스의 위엄과 힘을 표현하는 상징적 요소로 피와 같은 붉은 포도주가 신화에 종종 등장합니다. 제우스는 자신의 강력한 힘을 인간들에게 은유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신성한 포도주를 선사하였고 이 포도주는 제우스의 피와 같아서, 인간이 이를 마실 때 제우스의 강력한 힘과 지혜를 체험할 수 있다 전해졌으며, 산지오베제는 그 붉은색과 강렬한 풍미로 인해 이와 같은 신성한 포도주의 상징이 되었을 것입니다.
산지오베제 특징(Sangiovese) 특징
산지오베제는 껍질이 얇고 탄닌과 산미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숙성 기간에 따라 다른 특성을 나타 내는데, 오랜 숙성 기간을 거칠 수록 복합적이고 우아한 풍미가 도드라진답니다.
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은 공통적으로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색상 : 투명한 루비색에서 진한 석류색까지 다양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의 오렌지 빛이 도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아로마 :체리,딸기, 자두 같은 붉은 과일 향이 강하며, 시간이 지나면 말린 허브, 흙, 가죽, 담배 같인 복합적인 향이 나타납니다.
- 풍미 : 높은 산미와 중간에서 높은 수준의 타닌이 특징입니다. 이는 신선하고 밝은 과일 맛 부터 복합적인 풍미를 가진 묵직한 맛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가능하게 합니다.
산지오베제는 재배가 쉽지 않은 품종입니다. 일찍 싹을 틔우고 늦게 익기 때문에 재배 기간이 길며 잘 익지도, 균일하게 익지도 않는답니다. 또한 유전적으로 변종이 발생하기 쉬운 품종입니다.
1980년대 토스카나 주요 와이너리들의 주도로 시작된 클론 연구 결과 산지오베제 클론은 116개나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에 각 지역 생산자들은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의 포도밭에 맞는 클론을 심고, 그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와인의 다양한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고 있답니다.
이 클론이 많은 산지오베제 역시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칠리에졸로(Ciliegiolo)와 몬테누오보(Calabrese Montenuovo)의 접합종으로 밝혀 졌답니다. 즉, 산지오베제는 반은 토스카나, 나머지 반은 칼라브리아(Calabria, 칼라브레제 Calabrese 현재 이름) 품종 결합임을 뜻합니다.
칠리에졸로는 매우 오래된 토스카나 품종이라 이탈리아 중부 키안티 사람들은 늘 산지오베제와 칠리에졸로가 유연관계가 있을 거로 생각해 그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칼라브레제 디 몬테누오보가 산지오베제 부모 중 하나라는 사실은 다소 인정하기 힘들었답니다. 이는 몬테누오보는 1538년 화산 폭발로 하룻밤 만에 생긴 언덕인데다 이 언덕에 위치한 와이너리 근처에서 칼라브레제 디 몬테누오보가 고작 몇 그루 애매하게 자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품종이 어떻게 칠리에졸로를 만나 산지오베제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답니다.
대표적인 재배 지역 및 특징
1. 키안티 클라시코 (Chianti Classico) & 키안티 (Chianti)
산지오베제를 대표하는 두말할것 없이 키안티 클라시코입니다. 키안티클라시코 지역은 1719년 토스카나 대공 "코시모 3세 (Cosimo III)"는 와인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고전적 키안티"의 경계를 설정했고 이 영역을 중심으로 확대되다가 오늘날 7만 ha 에 이르는 지역입니다.
이런 키안티 클라시코의 인기가 높아지자 그 주변지역에서도 유사한 스타일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키안티로 규정된 지역이랍니다.
검은수탉 로고로 상징되는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풍미가 진하고 개성이 넘친답니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등급은 아래의 3단계로 구분됩니다.
- 기본급 (Annata)
- 리제르바(Riserva)
- 그란 셀레지오네 (Gran Selezione)
그란 셀레지오네는 키안티 클라시코만의 특별한 등급입니다. "반드시 와이너리가 직접 소유한 포도밭의 포도로 양조해 최소 30개월의 숙성기간을 거쳐야 한다" 는 까다로운 조건의 최상급 등급으로 키안티 클라시코 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통과된 와인에게만 자격이 주어진답니다.
기본급의 숙성기간은 12개월 이상 (키안티는 6개월) , 리제르바는 24개월 이상의 숙성기간을 가져야 한답니다.
반면 전반적으로 키안티의 생산 규정은 이에 비해 좀 느슨하며, 생산되는 와인들 또한 좀 더 가볍고 저렴한 와인들이 많습니다. 다만 키안티 지역의 와인이지만 아래의 7개 하위산지가 표시된 와인의 경우 키안티클라시코 못지 않은 뛰어난 품질로 유명합니다.
- Rufina
- Colli fiorentini
- Montespertoli
- Colli Sensesi
- Colli Arentini
- Colline Pisane
- Montalbano
현재 키안티와 키안티 클라시코 모두 산지오베제만 100%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어도 되지만 일반적으로는 규정된 기타 품종을 일부 블랜딩 하는데 키안티는 30% 키안티 클라시코는 20%까지 허용합니다.
키안티 클라시코는 2006년부터 화이트 품종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반면, 키안티의 경우는 화이트 품종을 10%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가능한 레드 품종에는 콜로리노(Colorino), 카나이올로 (Canaiolo Nero)등 토착 품종과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메를로 (Merlot), 시라 (Syrah)등 국제 품종이 포함됩니다.
두지역의 와인 모두 1967년 DOC 등급에서 1984년 DOCG로 승격되었답니다.
키안티 클라시코의 대표 로고인 검은 수탉의 전설은 아래의 포스팅에서 확인하세요^^
2021.10.26 - [Wine/Italy] - [이탈리아 와인] 검은 수탉의 전설 -키안티 클라시코
2. 부루넬로 디 몬탈치노 (Brunello di Montalcino)
이탈리아의 와인 이름에 자주 나오는 "di"는 "A di B" 형식으로 B지역에서 A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뜻합니다. 즉 몬탈치노 지역에서 브루넬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뜻하며 여기서 브루넬로는 몬탈치노에서 산지오베제를 일컫는 말로 산지오베제란 뜻입니다.
이탈리아 와인이기에 브루넬로도 오래된 역사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 나타난 것은 겨우 1860년대에 이르러서입니다. 보르도의 와인 등급이 정해진 1855년보다도 더 이후의 일로, 이웃한 다른 토스카나 와인들이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것과 큰 비교가 되죠.
몬탈치노 마을은 피렌체에서 남쪽으로 약 100㎞ 정도 떨어진 작은 마을이랍니다. 몬탈치노는 로마로 여행하는 순례자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도시로 중세 때 많은 번영을 이루었다고 전해졌지만 몬탈치노의 번영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고, 이후 계속해서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중 하나로 남아 있었답니다. 피렌체에서 가까운 마을이면서도, 피렌체 공국과의 전쟁에서 가장 끝까지 항거했던 사정 때문에 르네상스의 혜택을 받지 못한 가장 운이 나쁜 마을 중의 하나이기도 했기에, 1960년대 말까지도 중세의 소작제도가 남아있고 마을의 많은 가구에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몬탈치노는 이탈리아의 마을 중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부유한 마을이 되었으며 이는 순전히 몬탈치노에서 생산되는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세계적인 성공 덕분입니다.
현재의 부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이탈이아의 최고 레드 와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와인으로 이 지역와인은 산지오베제 품종만을 사용해서 와인을 만들어야 하며 오크통에서 최소 2년, 병입 후 최소 3개월 숙성 후 빈티지로 5년째 되는 해부터 출시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리제르바의 경우 최소 오크 숙성기간은 같은나 병입 후 5개월 이상 숙성 하여 6년째 되는 해부터 출시 할 수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산자에게는 품질이 좀떨어지는 포도의 처리 방안과 수익까지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기에 이를 해결하고자 나온 와인이 로소 디 몬탈치노 (Rosso di Montalcino) 입니다. 로쏘 디 몬탈치노는 1년 숙성 후 바로 출시할 수 있게 규정하여 생산자에게는 브루넬로에 사용하기 조금 아쉬운 포도를 이용해 빠르게 수익을 낼수 있게 되었습니다.
- 비온디 산티 (Biondi-Sant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 이야기 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비온티 산티 (Biondi Santi) 와이너리와 창립자 클레멘테 산티 (Clemente Santi) 일것입니다. 현재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클레멘티 산티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랍니다.
당시 대부분의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은 얼마나 많은 와인을 생산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나, 클레멘테 산티는 몹시 특이하게도 오랫동안 숙성할 수 있는 와인을 만들고 품종을 개량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답니다. 그는 100% 산지오베제로 만든 그의 와인을 브루넬로로 불렀는데, 이후 와인 이름이었던 브루넬로는 몬탈치노 지역에서 포도 품종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클레멘테 산티가 죽은 후, 그의 조카인 페루치오 비온디 산티(Ferruccio Biondi Santi)가 포도원을 물려받았고, 비온디 산티만을 위한 특별한 브루넬로 클론을 만드는 데에 평생을 바칩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최초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로 기록된 1888년산도 바로 페루치오 비온디 산티의 작품이랍니다.
비온디 산티의 브루넬로 와인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클레멘테 산티 때부터 몇몇 애호가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으나 세계무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 일입니다. 1969년 당시 이탈리아 대통령이었던 쥬세페 사라가트가 런던을 방문했을 때, 영국여왕 엘레자베스 2세를 초대한 대사관의 만찬에 비온디 산티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리제르바 1955년산이 서브되었답니다.이 때를 기점으로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으로 전 세계 미디어의 관심을 받았고 비온디 산티가 위치한 몬탈치노 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유명한 마을이 되었습니다.
비온디 산티 리제르바 1888년 첫 생산된 이후 현재까지 40회만 출시되었으며 라벨에는 각 병의 번호가 적혀있고 출고일은 일일히 손으로 적혀 있답니다. 언젠가는... 마실 기회가 있기를...
산지오베제 이야기는 다음 두번째 포스팅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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